해외여행

LA 여행 경비 및 일정 정리 후기 (1)

여행은좋다 2024. 1. 6. 01:09

나는 여행을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러한 여행의 장점은 우연히 얻어걸리는 행운에 감동과 행복이 계획한것보다의 5배 정도는 더 깊고 추억에도 많이 남는다.

단점으로는 여행이 높은확률로 힘들어지고 역경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어릴 적에는 패기와 발품 팔기,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곧잘 다가가는 성격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좀 더 폐쇄적이고 방어적이며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있다.

그래서 여행을 조금은 편하게 하려면 계획이란 걸 세워야 하지 않을까?

 

물론, 해외여행을 계획한 거치 고는 매우 허술하지만 나 나름대로 무려 엑셀을 이용하여 정리를 했다.

이게 그 엑셀

그리고 놀랍게도 많은 계획들이 위의 일정대로 지켜졌다(!)

 

다만 몇가지 지켜지지 않은 것들도 있었고, 회고할 부분도 있어서 기록으로 남긴다.

 

# 첫째날

도착 첫날 게티센터를 가기로 한 것이다.

10시간이 넘는 비행과 출국, 입국 수속 그리고 짐 찾기, 공항에서 도시로 이동 등 이 모든 과정을 생각하지 않고 무리하게 잡은 계획이었다.

당연히 게티센터는 가지도 못하였고, 숙소 체크인도 늦게 할 수밖에 없어서 힘든 몸을 이끌고 숙소 근처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숙소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밥을 먹고 조금 쉬다가 저녁 무렵에야 'The Last Bookstore'를 갔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서 장을 봐와서 저녁을 해 먹고 첫날을 그렇게 마쳤다.

the last bookstore or just book store

 

# 둘째 날

이 날은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하루종일 돌아다닌 날이라, 사실 하루 일정을 짜는 건 쉬웠다.

하지만 정말 너무나도 추운 날씨에 점심을 먹으려고 크러스티 버거(그다지 맛없는 평범한 버거인데 비쌈)를 한 시간 넘게 기다린 것과 물 한 병에 4.5 달러에 팔고 있던 것을 보고 다음에 간다면 도시락과 물을 챙겨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 셋째 날

피로에 절어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할리우드 사인과 그리피스 천문대 구경을 못하게 되었다.

대신 이 날은 UCLA를 갔다가 게티센터를 가는 거로 노선을 변경했고, 시간이 너무 딱 알맞게 떨어져 좋은 날이었다.

게티센터

4월 중순의 LA는 패딩을 챙겨도 될 만큼 바람이 세고, 햇살은 한여름처럼 뜨겁기 때문에 야외활동이 많은 날은 선크림과 립밤을 두세 겹 씩 발라야 한다.

우리는 외출마다 립밤을 그렇게 자주 발랐는데도 세 번째 날부터는 너무 아파서 얼얼했던 기억이 있다.

 

# 넷째 날

우리는 미술관을 갔다가 오후에 베니스비치를 가는 걸 계획했는데, 이 날도 오전의 미술관 계획들은 모두 취소하고

산타모니카 해변으로 향했다.

산타모니카 해변
녹조라떼 베니스 운하
이쁜 집들

이 날은 산타모니카와 베니스운하를 구경하고, 산타모니카 뒤쪽으로 여러 샾들이 있었는데 구경거리가 은근히 있어서 걷다가 아이스크림도 먹고 산책을 즐기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에는 nba 경기를 직관할 예정이었지만,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뒤통수를 맞았다.

티켓을 사고 경기장에 갔지만 나와 거래한 사람이 티켓 판매 승낙을 안 하는 바람에 경기는 시작해 버리고 새로 티켓을 사고 싶어도 파는 티켓도 없고 최악의 상황.

기분만 나빠진 상태로 다시 돌아오는 경험을..

싸게 사려고 당일에 사는 것도 좋지만 나 같은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티켓을 구매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다섯째 날

이 날 우리는 숙소체크아웃을 하고, 

차를 빌려서 조슈아트리를 갔다가 라스베이거스에 가는 긴 여행 루트를 짰다.

차로 운전만 5~6시간 정도 했어야 하는 거로 기억한다.

개같이 넓은 땅

이 날의 느낀 점과 교훈은

첫째 처음 운전하는 곳을 너무 만만히 본 것,

둘째 선셋 시간에 맞춰가는 것보다 항상 그것보다 1시간은 일찍 움직일 것

셋째 기름은 항상 충전해 놓을 것.

 

조슈아트리 선인장 밭 가는 길
조슈아트리에서 일몰

LA를 떠나는 길에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사막을 드라이브하면서 다시 한번 처음 보는 사막의 경치에 다시 평안을 찾게 되었다.

조슈아트리에서 멋있는 일몰을 즐겼다.

 

하지만 모하비 사막을 지나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길은 다시 지옥으로 변했는데, 그 이유는

핸드폰이 동작을 안 하고 ( 구글 오프라인 지도를 다운로드하였는데도 동작을 잘 안 함... )

오프라인 지도가 가끔 나오더라도 그곳에 주유소를 표시를 해놨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었기에 어두운 밤 사막길에서 주유소를 찾을 수가 없었다!

띄엄띄엄 보이던 차들도 늦은 시간에는 한대도 보이지 않았고, 불빛이라고는 헤드라이트와 달빛이 전부였다.

무슨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기름까지 바닥을 가리키고, 남은 마일보다 기름이 한참 부족한 상황.

LA에서 출발할 때 분명 가득 채우고 왔었지만 충분하진 않았었다.

보경이는 울음을 터트리고 패닉에 빠졌었는데, 다행히도 저 멀리서 불빛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 우리 차에 남은 기름이 아마 10~20마일? (16~30km 정도)

만약 길을 헤매었거나, 기름이 더 빨리 달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라스베가스의 불빛이 보인다!

이때,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다 되어갔고 우리는 공항에서 고물 SUV를 다시 승용차로 바꾼다.

여기서도 안내 직원이랑 한바탕 언성 높임(안내직원의 퇴근시간이 11시였나 11시 30분이었나.. 아무튼 그거 때문에 매우 불친절했다.)

 

그다음 우리는 무사히 숙소(포퀸즈호텔)

이곳에서 도박을 하다가 혹은 다른 이유든 뭐든 신변에 이상이 와도 아무도 찾아주지 않을 것 같은 눅눅하고 축축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된다.

정말 최악이었다.

계산상 정말 잠만 잘 것 같아서 저렴한 곳을 찾았었지만 다시 돈을 주고 방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왔었다.

12시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건물밖의 소음으로 인해 잠을 잘 수 없었고 방 컨디션은 정말 최악이어서 조금은 더 나은 곳으로 옮겼고

그나마 잠은 잘 수 있었다.

 

이 날 경험은 다신 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했다. 

보경이가 없었더라면? 상상하기도 싫다.

 

# 여섯 번째 날

이 날은 아침부터 매우 좋았다.

최악의 숙소를 벗어나 맛있는 아침을 먹었고 후버댐을 향했는데 후버댐이 상상 이상으로 규모가 컸고 볼거리도 많았어서 좋았다.

라스베가스 미스터마마스
후버댐

후버댐은 그랜드캐년 투어를 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을 하고 싶다.

사막 한가운데에 이런 시설을 어떻게 만들었을까부터 시작해서 댐의 무게와 규모에 압도당하게 된다.

역시 이게 미국인가?

구경을 하고 사우스림쪽으로 도착했더니 아쉽게 선셋은 놓쳤지만 붉고 푸르스름한 빛들이 이쁘게 남아있어 좋은 경치를 볼 수 있었다.

사우스림

그리고 우리가 한 달 전에 예약했던 레드페더로지!

이곳은 내 생에 머물렀던 숙소 중에서 가장 청정한 곳에 위치한 숙소였다.

하룻밤에 30만 원이 넘었지만, 그랜드캐년과 가까운 위치에 있었고

좋은 방 컨디션 그리고 청결함에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레드페더 로지는 사우스림과 30분 정도 차로 이동해야 하는 위치인데, 더 가까운 로지를 예약한다면 최소 세 달 전에는 해야 한다.

 

하지만 로지에서 사우스림으로 가는 길에 사슴도 보고 좋은 구경을 많이 해서 여한은 없다.

정말이지 로지를 꼭 추천한다!

그랜드캐년에서 사슴

 

# 일곱 번째 날

아침의 그랜드캐년

7시쯤 마더포인트에 온다면 이 드넓은 땅을 이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람이 없어 마음껏 산책하고 사진 찍고 좋은 시간을 독차지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날 계획했던 파웰 호수, 엔털롭캐년, 자이언캐년, 브라이스 캐년은 당연히 다 못 갔다.

너무 많은 이동거리가 문제였다.

각 포인트마다 30분~1시간의 시간을 보내면서 트래킹을 하였고 위에 말한 장소 외에도 좋은 포인트들이 많이 있었다.

예를 들어 'Dessert View'라는 타워가 있는 곳과, 리틀 크릭이라고 구글맵에 무슨 보석을 파는 노점이 있다고 표시되어 있는 곳도 갔었는데 이곳에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곳의 모습에 또 넋이 빠져 한 시간을 앉았다 오는 등... 볼 것과 즐길 것이 너무 많은 곳이었다.

그리고 엔탈롭캐년은 적당한 가격에 예약을 하려면 최소 두 달은 잡아야 할 것이다. 

4월이 그랜드캐년의 성수기여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이날은 홀스 슈밴드를 마지막으로 갔다가 다음 숙소로 이동했다.

 

# 여덟 번째 날

원래의 계획읜 아침 일찍 자이언캐년, 브라이스 캐년을 가는 거였지만

과감히 포기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만큼 녹초였고 충분한 휴식을 못 가졌었다.

이 날은 라스베이거스로 돌아가 짐을 풀고 밥을 먹고 저녁에는 도시를 걸었다.

최악의 인파와 대마초공격으로 인해 정말이지 라스베이거스가 싫어졌다.

그리고 수영장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저녁 6시까지만 오픈을 해서 이용을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나는 정말 여기가 싫다.

 

# 아홉 번째 날

라스베이거스 -> LA -> 인천

전 날 새벽 2시까지 짐을 싸고, 두 시간 자서 4시에 일어나고 , 준비를 다 하여 공항으로 5시에 도착해서 차를 반납하고 6시 10분 비행기를 탔고 다시 LA에 8시에 도착하였고 10시 50분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다시 비행을 했다.

죽음의 일정

이 여행에서 최소 하루는 휴식을 취했어야 했는데 미국을 너무 만만히 보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다음 여행에는 이러한 힘들었던 점들을 곱씹고 되새겨 더 좋은 여행을 가야지